이언 커쇼 지음/ 한길사/ 720쪽

독일 국민들은 자신들이 선거로 뽑은 총통 아돌프 히틀러를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독일은 물론 전 인류를 광기와 혼란으로 몰아넣은 최악의 지도자였다.
나치 독일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이언 커쇼가 유럽 지도자 12명을 개성과 권력을 주제로 분석한 책을 내놨다.
책 '역사를 바꾼 권력자들'은 특수한 방식의 권력 행사가 가능했던 상황이 만들어낸 20세기 유럽 지도자들에 관한 사례연구서다. 흔히 교훈성과 위대성에 초점을 맞춘 평전이나 전기와는 그 접근법이 다르다.
저자 커쇼는 각자 다른 배경과 다른 정치 체제로부터 등장한 그들이 어떻게 권력의 자리에 오르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그 권력이 20세기 유럽을 어느 정도 바꿨는지를 다룬다.
이 책은 흔히 교훈성과 위대성에 초점을 맞춘 평전이나 전기와는 그 접근법이 다르다. 12명의 인물을 한 권에 다루었지만, 저자가 서두에서 강조한 것처럼 이 책은 "결코 축소형 전기가 아니다." 방대한 역사 문헌과 자료를 토대로 치밀하게 분석한 깊이 있는 연구서이면서도 대가다운 저자의 역사 인식과 통찰, 명쾌한 필력으로 인물들의 '개성'과 20세기 유럽 역사의 결정적 국면들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역사의 변혁에서 한 개인의 역할과 영향'이라는 역사학의 영원하고도 본질적인 문제를, 저자는 놀라우리만치 균형된 시각으로 하나의 모범을 제시하듯 탄탄하게 풀어낸다.
책에서 다룬 지도자 모두 20세기 유럽사를 여는 데 중요한 방식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볼셰비키 혁명의 지도자 레닌을 시작으로, 파시즘의 창시자 무솔리니, 전쟁과 학살의 선동자 히틀러, 대숙청을 단행한 공포의 정치가 스탈린과 영국의 전쟁영웅 처칠, 항독 의지를 불태운 프랑스 지도자 드골, 폐허에서 서독을 재건한 백전노장 정치인 아데나워, 스페인내전의 국민파 반란 지도자 프랑코, 유고슬라비아의 절대권력자 티토, 강한 영국을 만든 '철의 여인' 대처, 소련을 개방의 길로 이끈 새로운 유럽의 건설자 고르바초프, 통일독일 총리이자 유럽통합의 견인차 콜이 등장한다.
이들은 독재자도 있고 민주주의자도 있으며, '파괴적인 인물'(Destroyers)도 있고 '건설적인 인물'(Builders)도 있다. 하지만 이런 구분과는 별개로 이들을 묶는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그들이 각자의 나라에서 '권력'을 장악했다는 하나의 사실이다. 그가 거칠 게 없는 독재자라면 어떻게 해서 그런 위치에 오를 수 있었는지, 그가 민주주의자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 헌법에서 정한 제약을 극복하고 그런 위치에 오를 수 있었는지, 독재자도 민주주의자도 아니라면 권력행사의 이론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개성과 환경은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깊은 상처를 남긴 유럽의 20세기는 폭력과 증오, 파괴와 학살이 횡행했던 야만의 시대였다. 그 절대적인 원인이 정치에 있었고, 그 핵심에는 지도자의 권력 운용과 리더십이 강력히 자리하고 있었다.
이 책은 20세기 고통스러운 역사에 대한 단순한 성찰을 넘어서, 오늘날에도 냉혹하게 작동하는 정치와 권력의 역학, 그 위태로운 현실을 직면케 한다.
저자 이언 커쇼는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역사는 현재의 질병을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을 급속히 개선하는, 철저한 변화를 제시하는 강력한 인물이 독단하는 정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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