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발달장애아동과 시민군 김근태 작가 이야기, 동화로

입력 2023.05.18 15:33 김혜진 기자
'들꽃처럼 별들처럼' 출간
오월 상처 장애 아동에 치유받고
40여년 천착…UN초청전시까지
이어진 일대기 풀어내 '눈길'
김근태 화백

"항쟁 마지막날 도망쳐 나온 죄책감은 트라우마로 남아 제 삶을 괴롭혔죠. 지금까지 살 수 있게 만들어 준 존재가 발달장애아동들이에요. 그들의 순수함이 저를 치유하더라고요."

80년 5월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트라우마를 얻고 이로 인해 발달장애아동들에게 천착하게 된 김근태 화백의 삶을 다룬 동화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무렵 출간돼 눈길을 모은다.

최근 동화 '들꽃처럼 별들처럼'(책고래아이들刊)이 출간됐다. 한국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한국어린이도서상, 열린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한 동화작가 선안나가 쓴 창작동화다. '5·18'과 '장애'를 키워드로 김근태의 삶을 작가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과 환상 기법으로 풀어냈다.

김근태 화백은 오랜 시간 발달장애아동에 천착해 온 이로 이들의 모습을 3년 동안 77개의 100호 크기 캔버스에 그리고 모두 이어붙여 총길이 102.4m의 결과물을 완성, 이 작품으로 우리나라 작가로는 최초로 제네바 UN전시에 초대된 바 있다.

김 화백이 발달장애아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내면의 아픔으로부터 도망치면서다. 5·18 당시 미대생이었던 그는 수습위원으로 활동하다 항쟁 마지막 날 도청으로부터 도망쳐나왔다. 이후 작가는 목포 한 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일상을 영위하지만 80년 5월 그날 이후 얻게 된 트라우마로 인해 이마저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동화 '들꽃처럼 별들처럼' 

방황하던 그는 뜻밖에도 목포 고하도 한 재활원에서 만난 중증 지체장애아동들로부터 치유를 얻게 된다. 누워 있는 아이들로부터 80년 5월 스러져가던 시민들이 떠오른 그는 곧장 아이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면 그릴 수록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을 만나게 된 그는 "내 영혼까지 맑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한 쪽 청력과 시력을 잃은 그이지만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며 40여년 동안 발달장애아동들과 함께 지내고 이들을 화폭에 담아내기도, 그림 지도를 하기도 했던 그다. 김 화백은 지난해 가로 40m의 대작 '5000인 드로잉 시리즈-인간떼'를 비롯한 작품을 선보이는 '2022 들꽃처럼 별들처럼2'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이 전시와 함께 발달장애아동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아트패럴림픽 창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포럼을 열기도 했다.

선안나 작가는 "동화가 교육의 도구는 아니지만 분명 어린이의 마음에 신비로운 씨앗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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