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뮈르달·군나르 뮈르달 지음/ 문예출판사/ 392쪽

1980년대만 하더라도 전남을 비롯한 시골 초등학교 전체 학생수는 평균 1천명을 넘었다. 어지간한 군 단위 읍에서 학교 종례 시간이 되면 읍내 곳곳에는 10대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콩나물 교실'이라 불리며 짝과 책걸상이 부족했던 옛 교실 풍경은 이제 졸업 앨범 속 아련한 추억이 됐다.
국토도 비좁고 먹고 살기 힘들다며 1명만 낳으라던 정부의 현실성 없는 출산정책은 결국 합계출산율을 0.70으로 떨어뜨렸다. 취업난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에 대한 의식 변화로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청년층이 늘어난 것도 주된 원인이지만 어찌 됐건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사회학자 알바 뮈르달, 정치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이 공동 집필한 사회과학 명저 '인구 위기(Kris i befolkningsfragan)'가 국내 최초 스웨덴어 원전 번역으로 출간됐다. 1934년 출간된 이 책은 당시 유럽 최빈국으로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았던 스웨덴의 지속적인 인구감소, 그에 따른 생산성과 생활수준 저하, 저출산 문제를 다루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사회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 책에서 당시 스웨덴의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분석 및 진단하고 저자들이 해법으로 제시한 정책 아이디어들은 약 한 세기 전에 쓰인 책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구적이고 그 실효성 또한 놀랍다. 뮈르달 부부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진보적 가족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의 질'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산과 양육 비용의 대부분을 사회가 부담하고, 기혼 취업 여성도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에서 펼친 가족정책 구상의 핵심이다.
2022년 합계출산율 0.78, 전 세계 출산율 최하위, 인구소멸국가 1호,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핵심적 사회문제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문제다. '인구 위기'는 출간 이후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이 인구문제를 대하는 맥락에 비춰봤을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버릴 것이 없는 인구문제 해법서다.

산업혁명 후발 주자로 사회구조의 커다란 변화를 겪으며 유럽 최빈국이었던 스웨덴은 20세기에 들어서며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를 경험했고,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이른바 '인구 논쟁'이 전개됐다. 알바 뮈르달과 정치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인구 위기'를 공동 집필해 출간하며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사회 전반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 책은 1930년대 인구 논쟁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 책에서 제시한 혁신적인 사회 개혁 방안은 당시 집권당이었던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제시하고자 한 복지정책과 맥을 같이하며 그 정책들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더 창의적이고 담대한 정책 대안으로 인정받았다. 뮈르달 부부가 제시한 사회개혁 방안이 실제 정책으로 적극 수용 및 적용된 것이다. 그 결과 1935년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했던 합계출산율과 조출생율(일정 기간 관찰한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을 대폭 끌어올리는 성과(1935년 합계출산율 1.74명에서 1950년 2.43명으로 증가)가 나타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복지정책을 통해 스웨덴은 인구 위기에서 벗어났다.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은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지속한다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국가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며 대한민국을 인구소멸국가 1호로 예견한 바 있다. 이같은 경고에도 우리 국민들의 사태의 심각성을 쉽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혜안을 찾아야 한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문화, 여행, 공연 등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