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 일본인의 서울·평양·부산 관광(정치영 지음)="한눈에 내려다본 경성 시가의 전망은 실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살짝 안개가 서린 가운데 아침 햇볕을 받은 집들이 모두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지붕은 붉은색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어딘가 외국의 거리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경치였다." 1941년 경성을 찾은 일본 소설가 닛타 준은 기행문에 유람 버스를 타고 보인 경성 풍경을 이렇게 기록했다. 식민지 조선에 관광을 와서 글로 쓴 닛타 준처럼 당시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여행을 떠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관광에 나섰다. 사회평론아카데미/ 506쪽,

▲내일 또 내일 또 내일(개브리얼 제빈 지음)= "게임이 뭐겠어?" 마크스가 말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잖아.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 계속 플레이하다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개념. 그 어떤 죽음도 영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선택이 가능한 게임 세계를 중심으로 한 청춘 로맨스이자 성장물이다. 소설은 대학생들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플로피디스크 하나만 있다면 게임계를 뒤집을 수 있었던 199년대 '문화의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게임이 우리의 유년기는 물론 이후의 인생에 남기는 흔적을 향수와 함께 전한다. 문학동네/ 644쪽.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기욤 마르탱 지음)=소크라테스, 플라톤, 니체가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한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현역 프로 사이클 선수 기욤 마르탱은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를 통해 이같이 재밌는 상상을 한다. 페달을 밟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흥미진진한 사이클 경기 속에 철학적 사유를 녹였다. 마르탱은 책의 서두에서 '사이클 선수 철학자'라는 의미로 '벨로조프(velosophe)'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자신과 철학자들을 명명한다. 실제로 철학 석사 학위를 갖고 있는 작가만이 만들 수 있는 표현이다. 나무옆의자/ 320쪽.

▲향수가 된 식물들(잘 클로드 엘레나 지음)=매력적인 향 입문서다. 이 책 '향수 식물학'은 조향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장 클로드 엘레나가 썼다.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마스터 조향사이자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에르메스의 수석 조향사였다. 40여 가지 향기로운 식물들을 엄선해 그 식물들이 향수에 어떤 영감을 주고 어떻게 향수로 변신하는지를 소개한다. 그가 직접 조향한 에르메스의 '운 자르뎅 수르닐', '떼르 데르메스', 시슬리의 '오 드 깡뺘뉴', 까르띠에의 '데클라라시옹', 프레데릭 말의 '로 디베' 등 유명 향수는 물론 디올, 샤넬, 겔랑 등 70여 가지 향수들 탄생 과정의 에피소드들이 흥미롭다. 아멜리아북스/ 228쪽.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월급사실주의2023(월급사실주의 동인 지음)= 문학 동인의 이름이 이채롭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장강명을 비롯해 김의경, 이서수, 정진영, 지영, 최영 등 한국의 비교적 젊은 소설가 11인이 모인 문학동인이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내놓은 첫 번째 작품집이다. 중산층을 꿈꾸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은 주인공들의 처절하고도 핍진한 소설들이 모였다. 정진영의 '숨바꼭질'에는 지방에서 상경해 언덕 위 빌라의 냉방도 되지 않는 골방에 살며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신문 편집기자가 등장한다. 문학동네/ 376쪽.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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