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모든 역사는 로마로 통한다

입력 2023.09.21 11:52 최민석 기자
로마제국은 오늘날 인류의 모태로 ‘모든 문명의 호수’로 불렸다. 관광객들이 로마 고대 유적지 콜로세움을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역사에서 "영원한 제국은 없다"는 교훈은 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의 모든 패권 국가는 그 위세가 절정에 올랐다가도 어느 순간 급격하게 사그라지거나 끝내는 패망한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유산은 여러 형태로 전수되어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 위용을 자랑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진나라의 진시황릉,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등 고대 제국의 대표적인 유적들은 현대인들에게도 '불가사의'로 꼽힐 만큼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러한 고대의 유산들은 무소불위한 권력자가 자신의 위엄을 대대로 뽐내기 위해 지은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실용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있다. 그러나 로마제국은 달랐다. 앞서 예를 든 유적들처럼 로마 역시 퐁뒤가르나 콜로세움, 카라칼라 욕장(목욕탕) 등 빼어난 기술력을 갖춘 압도적인 건축물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한줌의 권력자를 위한 것이 아닌, 철저하게 자국 시민의 편리와 혜택을 위한 문화유산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원한 제국은 없다"는 역사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역사가들이 로마를 '불멸의 제국'이라 부르는 것은, '누구나 문명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그들의 실용적인 정신과 문화가 오늘날 우리의 생각과 삶을 형성했고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의 영웅 로물루스는 간통으로 태어났고, 창녀에게 길러졌으며, 친형제를 죽이고, 집단 성폭행을 주도했다. 한편으로 그는 싸움꾼만이 아니었고, 어중이떠중이를 용사와 시민으로 거듭나게 하는 탁월한 지도자였다. 사람들이 자신의 카리스마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동의 이익에 눈을 돌리도록 하는 제도를 창설했다.

그가 보여준 개방성, 정교하고 실용적인 법의 정신, 그리고 무력이 결국 답이라는 태도는 고대 로마 내내 이어져오다 로마가 지중해를 호수로 삼으며 서양 문명의 호수가 되도록 했다.

어쩌면 건국 군주를 신성시하면서도 인간적 오점을 기록에서 삭제하지 않고, 용서하지도 않는 로마인들의 자세가 로물루스가 세운 나라를 그토록 오래 유지하며 융성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10×10 로마사

책 '10×10 로마사'는 '모든 문명의 호수'로 통하는 로마사를 영웅, 여성, 건축 등 10가지 주제로 나누고, 각 주제 안에서 다시 10가지 핵심 장면을 추려 소개한다.

인류 문명의 핵심을 이루는 10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각 주제 안에 10가지 꼭지들을 배치하여 총 100장면으로 로마사를 구성한 것이다.

각 꼭지 분량은 5~6페이지 정도로 구성되어 꼭지마다 도판 자료들이 한두 가지씩 배치됐다. 각 꼭지 내용에서 다른 꼭지와 연결되는 개념이나 인물이 있다면 그 옆에 해당 꼭지의 번호를 매겨서 해당 챕터를 펼칠 수 있게 안내한다.

책 앞에는 로마사의 결정적 순간을 보여주는 컬러 도판을 모아 넣고, 100가지 장면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연대표와 지도가 실렸다.

이 책에는 위대한 황제부터 비천한 노예까지, 찬란한 영광부터 비참한 나락의 순간까지 문명의 흥망성쇠를 압축해 담아낸다.

로마라는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고 정치의 전면에 나섰던 영웅과 황제, 여성들의 전모를 살핀다. 이 모든 인물들의 업적뿐만 아니라 됨됨이, 그들이 남긴 다양한 이야기와 구설수까지 살피며 로마를 만든 것은 신화가 아닌 인간임을 보여준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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