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역사의 관점으로 본 한국인의 본질

입력 2023.11.23 15:08 최민석 기자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 거리응원이 펼쳐지고 있다. 뉴시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는 친선 경기를 위해 입국한 자리에서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분명, 농담으로 한 대답이었는데) "마늘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만 국민 밉상으로 등극하고 말았다. 그 사정의 시시비비를 밝히자는 건 아니고, 그런데 여기서 확실히 해둘 게 있다. 어째서 김치 냄새가 아니라 마늘 냄새라 한 것일까?

이미 상식이 됐지만 고춧가루 듬뿍 들어간 빨간 김치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대략 100년 내외로 보는 게 정설. 그에 비해 마늘은 한국인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 등장할 만큼 역사가 길다. 사실, 단군신화의 '마늘과 쑥' 이야기는 좀 어처구니가 없다. 잡식 동물 곰과 육식 동물 호랑이에게 마늘과 쑥만 먹으며 100일을 버티라 했으니, 불공정게임도 이런 불공정게임이 없다. 호랑이 입장에서는 억울해서 복장이 다 터질 일이다.

어쨌든 한국인의 기원에는 마늘과 쑥이 있다.

최근 나온 홍대선씨의 '한국인의 탄생'은 역사의 전개과정을 통해 한국인의 본질과 기질을 분석한 책이다.

한국인은 살기 위해서 마늘을 먹었다. 다시 한번 어째서? 그건 단군(신화)에 대한 2000년대 이후 한국인들의 밈/농담과 관련이 있다.

단군은 조선을 건국했다.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믿는 이들이 가끔 있는데, 이성계가 세운 조선과 대비되어서 부르는 말이 고(古)조선이다. 우리 역사에는 두 번의 조선이 있고, 단군은 그 첫 번째 조선의 건국자다. 그런데, 단군은 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잘못을 했다. 21세기 한국인들은 현대 재산증식의 중요 수단에 빗대 이렇게 말한다. "역사 이래 최대의 부동산 투자 실패!" 그렇다. 단군은 부동산 투자 실패자다.

어째서 실패인가.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은 눈으로 보기에 아름답지만 몸으로 견디기엔 매우 고통스럽다. 한국보다 더 더운 곳도 많고, 역시 더 추운 곳도 많지만 1년 동안 한국처럼 극단적인 사계절의 차이가 강요되는 곳은 드물다. 서울은 자주 모스크바보다 더 추운 날씨를 자랑하고, 한여름에 서울 정도의 무더위를 보이는 '글로벌 대도시'는 사실상 없다. 한국인들은 덥기도 덥고 춥기도 춥고, 게다가 중간에 사이계절이 있어서 두툼한 패딩부터 나시와 반바지, 그리고 적당한 긴팔 옷들까지 갖추어야 하는, 사실상 극악한 조건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홍대선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수백 수천의 수많은 민족과 국가들이 중국에 흡수되거나 멸망해 사라졌다. 팽창 지향의 중국으로부터 끝끝내 살아남은 건 고비사막 북쪽으로 피신한 몽골과 험난한 산악과 밀림으로 사이를 둔 베트남, 그리고 조선-한국뿐이다. 더구나 우리와 중국 사이엔 사막이나 산맥, 밀림 같은 특별한 지리적 장벽이 없다. 그래서 드넓은 만주 평원을 넘어 몇 번이고 침공해왔던 거다.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 거란, 여진, 몽골, 청나라… 모두 지금 기준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합친 정도의 당대 초열강 국가들이었다. 우리는 그런 나라들과 싸워 결국 이기거나 버티거나 혹은 지더라도 무기력하게 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명나라 이후로는 더 이상 한국을 공격하려 하지 않았던 거다. "저 독종들!" 아마도 중국 역사의 숨은 페이지에 한국이 묘사되어 있다면 그런 말이 적혀 있으리라.

어쨌든 극단적 기후와 척박한 생산력이라는 조건에서 개인들이 살아남기도 힘들었지만, 세계 최강대국 중국 옆에서 국가로서 나라로서 살아남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살아남아 지금의 대한민국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한국인만의 여러 특질이 만들어졌다. '한국인의 탄생'은 바로 그 과정을 다룬다.

저자는 한국인의 지금 모습을 만든 세 사람으로 단군, 고려 현종, 조선 정도전 세 사람을 꼽는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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