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사랑의 힘으로 치유되는 상처와 희망

입력 2023.11.28 15:49 최민석 기자
박봉규 시집 '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 출간
생활인으로 치열한 삶 속의 시편들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안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애정의 시선

누구나 삶 속에서 생겨난 상처는 결국 사랑의 힘으로 치유되고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이 자본과 권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박봉규 시인의 기준점은 지금의 세태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보성 출신 박봉규 시인이 첫 시집 '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푸른사상刊)를 펴냈다.

그는 90년대 중반 등단 이후 작가로서의 이력을 쌓아갈 수 있었음에도 그 길을 벗어나 목수와 기자,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길을 걸으며 생활인으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오월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고재종 시인은 박봉규 시인을 가리켜 "아직도 청년"이라는 글로 그를 규정했다.

그는 청년처럼 거침 없고 당당하다.

그동안 삶의 파도를 겪으며 오히려 더 단단해진 모양새다. 그는 지금 청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전투적이지 않은 생은 도태되고 말겁니다"라고 얘기하다가 "제야의 종소리/ 정원초과된 엘리베이터의 경고음처럼 들려왔고/ (중략)/ 아무도 문 열어주지 않는 신년, 망년의 거리/ 우리 살아갈 생을 서둘러 잊어버렸다"('파행시편 1' 중 일부)며 경쟁의 시장에 내몰린 그들의 아픈 현실을 날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언어는 입으로 사람을 외치면서 자본과 권력을 지향하는 요즘 시대에 어색하면서도 한편 반갑다.

이중 표제작인 '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에서는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여정이 희망을 기다리는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묘사했다.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보았지만/ 그림자 사이에도 벽은 있고 튕겨지는 저 햇살 고운 햇살에도 벽이 있다/ 불현듯 호흡이 가빠져 서둘러 그를 쫓아가지만/ 희망은 저만치 앞서가는 안산행 열차인 것이다"('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 중 일부)

모든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삶의 종착역에 닿을 때까지 그 대상이 어떤 것이든간에 작은 희망 하나쯤은 가슴 한켠 깊은 곳에 두고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이는 그의 시가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떠돌았던 이유이자 이번 시집이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명분이기도 하다.

결국 그가 향하는 곳은 사람이다.

박봉규 시인은 오는 30일 오후 6시30분 나주 남평읍 강물 위에 쓴 시 카페에서 이번 시집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박봉규 시인은 "살아있는 그날까지 사람의 몸을 어루만지며 껴안으며 따뜻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국 시인은 "그가 자신의 삶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삶을, 우리 사는 세상의 공동체 구성원인 사람의 선(善)함을 추구하며 살아온 것이라서 그렇다"며 "이상과 현실의 험난한 줄타기를 하면서도 내내 그렇게 살아온 삶이어서 더욱 그랬다"고 평했다.

박봉규 시인은 지난 94년 오월문학상과 9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 현재 광동제약(주) 영업부에 재직하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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