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시와 사진으로 형상화한 풍경과 서사

입력 2024.03.25 16:52 최민석 기자
강덕순 디카시집 '혼자 가야 할 길' 출간
그림처럼 가슴에 새긴 이미지
감동의 전율로 완성한 깨달음
인생의 백지 위에 펼친 오솔길

삶은 머나먼 바다를 건너가는 배와 같다.

물결이 잔잔해도 비바람이 불어도 돛을 세워야 한다.

그 길은 혼자 가야 하는 길이기에 고독하고 고달프지만 벅차다.

강덕순 시인이 최근 디카시선집 '혼자 가야 할 길'(시와사람刊)을 펴냈다.

그의 디카시들은 디카시의 특질들을 고루 갖추고 있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처럼, 디카시는 디지털 사진과 시가 잘 어우러져 디코럼의 맛과 멋을 선물해 주고 있다. 우선 사진들은 시적 형상화와 조화롭게 손잡고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사진이 대각선 구도가 나오도록 찍혀야 한다. 평행으로 찍지 말고 약간 역동적으로 찍히도록 애써야 한다. 또한 사진이 다시 찍을 수 없는 장면을 포착할수록 더 가치가 있다.

지금 찍지 않으면 안 될 찰나의 사진일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디카시를 빛내주는 건 역시 시적 형상화이다.

강 시인은 단순한 서술로 가지 않고, 풍경을 설명하는 식으로 하지 않고 이미지 구현에 성공했다. 마치 그림처럼 그려 독자의 가슴과 감각에 그림을 새겨 주었다.

그가 펼쳐놓은 다채로운 감성의 세계는 감동의 전율이 일도록 물꼬를 텄다. 그의 디카시들은 이렇듯 인생은 이런 거구나 하며, 어떤 깨달음에 이르도록 오솔길을 개척하며 사색의 의미방울을 맛보도록 해주고 있다.

"수억 년 지켜온 한 맺힌 우리 땅/ 절규하는 여인/ 머리 풀어 짱짱한 볕에 말린다/ 한 많은 그리움도 옹이 된 사연도/ 가슴 속에 스며들어 찬란히 빛난다"('백두에서 한라까지' 전문)

제3회 문학공간 디카시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 디카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웅장한 산을 수억 년 지켜온 한 맺힌 우리 땅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진 속 구름은 허공을 두둥실 떠도는 자세로 산에 잠시 머물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의 한민족의 발걸음 같기도 하고 항일독립을 외치며 외로이 싸운 독립투사 같기도 하다. 한 맺힌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해, 꺼져 가는 조국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먼먼 걸음을 걸었을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의 그 어머니들은 짱짱한 볕에 말리며 한 맺힌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을 것이다. 어머니의 그 걸음이 있었기에 아버지의 눈물이 있었기에, 한 많은 그리움도 옹이 된 사연도 가슴속에 스며들어 찬란히 빛나고 있다. 디카시를 통해 민족의 얼을 고취시키고, 동시에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있다.

박덕은 시인은 "강덕순 시인은 시를 통해 우리 삶 속에서 놓치고 있는 감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며 "외롭게 사느니보다는, 서로 돕고 사는 게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인연 맺고 사는 게 고독하게 외돌톨이로 사는 것보다 행복한 건 아닐까. 현대인의 문제점을 은근살짝 드러내며, 충고해 주는 듯하다"고 평했다.

강덕순 시인은 함평에서 태어나 지난 2018년 6월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과 시조 부문 신인문학상, 디카시 문학대상 수상으로 등단, 샘터문학 특별작품상과 고마노 문학상, 오은문학 시조대상 등을 받았다.

광주문협과 광주시인협회 회원이며 시집 '그리움의 시간'과 시조집 '시심의 강에 하얀 돛배 띄우고'를 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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