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인간 탐욕이 망가뜨린 바다의 아우성

입력 2025.11.02 14:59 최민석 기자
전숙 해양생태시집 '바다가 우는 방식' 출간
플라스틱 병리 생태파괴 형상화
생명과 존재 아름다움·위로 노래
인류 자기학대 고발 '문명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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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으로 바다는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바다의 고통과 아우성을 알면서도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나온 전숙 시인의 해양생태시집 '바다가 우는 방식'(시와사람刊)은 인간의 탐욕으로 훼손된 바다의 고통을 신체적·윤리적 감각으로 전이시키며, 생태윤리와 생명 공동체의 회복을 강렬하게 욕망하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해양 오염, 특히 플라스틱 문제를 중심축으로 삼아 인류 문명 전체의 이기적이고 병리적인 본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생태파괴를 미학적으로 형상화한 "생태 리얼리즘 시학"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플라스틱은 문명화된 인간의 탐식, 욕망, 무감각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하이드'나 '속도전'이라는 현대적 기호와 결합해 과학기술 문명의 잔혹한 자화상을 비판한다.

시집은 총 3부로 바다가 우는 방식, 바다의 혀, 바다 경전 등 각 편마다 자연과 인간, 상처와 치유, 고통과 희망이 교차하며 시인은 고통 속에서도 생명과 존재의 아름다움과 우리 모두가 서로의 위로가 되기를 노래한다. 특히 삶의 고통과 상처, 자연의 파괴와 회복 과정,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깊이 성찰한다.

언어의 섬세한 감각과 시적 상상력, 사회적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면서 독자에게 환경과 삶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생명의 존엄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본다.

시인은 바다를 어머니, 여성의 몸, 인간의 내장으로 치환하면서 생태계의 파괴를 신체적 고통으로 감각화한다. "얼굴 자리에 엉덩이가 붙어" 있는 '기형의 자화상'은 환경파괴가 인간 자신의 파괴임을 알리는 역설적 형상이다. '우아한 샥스핀', '플라스틱 아기', '십자가는 검다' 등의 제목만 보아도 윤리와 미학, 종교적 상징이 교차한다. 시인은 잔혹하고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감각적으로 밀착시켜 독자에게 불쾌감과 각성을 동시에 유발한다.

"세수하다 거울을 보니 얼굴 자리에 엉덩이가 붙어있어요/ 엉덩이에서 하루 치의 반성이 쏟아져요/ 몇 년 전부터 해결하지 못한 플라스틱 숙변도 섞여 있어요/ 비명도 못 지르고 플라스틱에 질식한 바다/ 몸부림치던 비명이 엉덩이로 다시 태어났어요// 얼굴이 뭉그러진 바다/ 머리를 산발하고 몸을 기울인 채 앓고 있어요/ 올 풀린 스웨터처럼 잔영만 남은 포말/ 한때 철썩이며 사랑하고 번성했던 저 육체는/ 이제 거꾸로 뒤집힌 반어법/ 바람이 일없이 발길질을 해대도 비명도 못 지르는 검은 침묵/ 언로가 막힌 통증은 역주행을 택했어요/ 엉덩이로 비명을 지르기로 한 거죠"(시 '바다가 우는 방식' 중 일부)

시인은 고통받는 바다를 십자가에 매달린 어머니로,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폭탄 장치로 묘사하며 구원 불가능한 시대의 아이러니를 폭로한다. 제어장치가 없는 문명의 죄, 자연의 파괴와 재생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김종 시인은 "전숙의 '바다가 우는 방식'은 단순한 환경생태시집이 아니라 인류의 자기학대를 고발하는 '문명서사시'다"라며 "감정의 과잉을 누르고 도덕적 통점의 날카로운 각성으로 자연을 연민하고 지구촌 공동의 고통에 침잠한다"고 평했다.

전숙 시인은 장성에서 태어나 전남대 간호학과와 동신대 한국어교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시집 '나이든 호미' '눈물에게' '이버지의 손' 등을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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