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 소감의 첫 문장은 무엇이어야 할까,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쓰는 사람에게 처음 문장은 늘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당선 소감을 쓰는 날이 오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삶의 크고 작은 균열이 있을 때마다 쓰기를 중단했지만, 잠시 쉴 뿐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열어본 저의 노트북 '동화' 폴더에는 늘 주인공들이 먼저 저를 반깁니다. "아직 우리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작은 존재들의 목소리 덕분에 저는 다시 문장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 공단의 작은 골목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아스팔트가 울퉁불퉁하게 팬 길, 집집마다 서로 다른 높이의 대문, 프레스기가 쾅쾅 돌아가는 소음, 용접기에서 튀던 강렬한 불꽃, 쇠와 기름, 땀이 뒤섞인 냄새가 골목을 떠나지 않던 곳. 해 질 무렵이면 하루의 무게를 어깨에 지고 돌아오던 노동자들의 무거운 발걸음.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그 골목이 제 글의 시작이 될 줄은요. 그곳에는 늘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와, 기록되지 않는 감정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 목소리를 대신 옮겨 적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외롭고 더딘 시간 속에서도 제 글을 믿어준 가족과 친구들,
동화의 길을 포기하지 않도록 손을 잡아 주신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제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 주시고, 가능성을 발견해 주신 심사위원 안오일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 상은 제게 "계속 써도 된다"라는 다정한 허락처럼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저는 낮은 곳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소외되고 삭제된 목소리, 사건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 서 있던 아이들, 질문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던 마음들을 동화로 옮기고 싶습니다. 동화를 쓰는 이유도 그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출발인 광주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믿습니다. 누군가의 집 앞 골목에서, 누군가의 일터에서, 누군가의 학교 앞에서 시작된 작은 용기들이 모여 결국 세상을 바꾸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가장 잘 품을 수 있는 장르가 동화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이야기 속에서, 세상은 조금 더 다정하고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을 놓지 않고, 오래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경재 동화 부문 당선자
▲1977년 대구 출생 ▲영남외국어대 유아교육 전공 ▲혜암아동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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