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비극의 시어 속에 담긴 희망의 조각

입력 2026.02.24 15:27 최민석 기자
박성민 시조집 '골목을 주워 왔다'
우리를 믿고 버티게 하는 순진함
끊임 없는 질문 속에 살아난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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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슬픔과 눈물을 이야기할 때 읽는 이로부터 진정성을 얻는다.

그 비극 속에 싹튼 희망을 펼쳐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목포 출신 박성민 시인이 시조집 ‘골목을 주워 왔다’(고요아침刊)를 펴냈다.

이번 저술은 제7회 조운문학상 수상 기념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비극적인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를 되묻는 시편들을 담았다.

우리는 각각의 시에서 비극의 변증법을 엿보게 된다.

시인이 한 권 가득 펼쳐 놓은 비극은 희망을 향한 극복이나 초월 따위가 아니며, 진실을 향한 비극적 태도에 따른 시-세계다.

이때의 비극적 세계는 우로보로스처럼 개별자의 비극적 사건을 먹어치우면서 증식하지만, 또 한편으로 개별자의 비극은 이 비극적인 세계가 우리에게 부여한 짐이자 벌이기도 하다.

하지만 버틸 것이다. 그것도 함께. 우리는 비극을 통해 우리 자신에게 몰두하는 동시에 ‘나’라는 동일성에서 벗어나 타인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곳에 희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순진한 믿음이 얼마나 오래 갈지 알 수 없으나 우리는 믿고 버티게 하는 힘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버려진 골목은 여러 날 굶은 듯했다/ 밥을 가득 담아줘도 구석으로 가버린다/ 큰길로 이사 간 집마다/ 골목을 놓고 갔다// 몸을 접은 돌계단에 쪼그려 앉은 골목/ 삐걱이던 대문들도 소리를 걸어 잠갔다/ 오래전 떠난 소년을/ 기다리는 눈곱 낀 눈// 금이 간 담벼락에 낑낑거림을 심는다/ 골목엔 눈보라만 찾아와서 흩날리고/ 오늘도 수신인 부재의/ 어제가 도착한다”(‘골목을 주워 왔다’ 전문)

시인은 전면에 비극적인 것들을 드러낸다.

우리의 삶은 진실과 본질에서 비롯됐고 그것에서 멀어지지 않았고 멀어졌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간을 역행할 수 없듯 우리 삶은 비극이 된다. 시인은 우리에게 끊임 없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를 끌고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미래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저 멀리 이미지로만 보이다 결국 멀어진다.

그래도 희망은 비극 속에서 살아숨쉬고 그 믿음이 희망을 가져다준다. 이것이 이번 시집의 메시지다.

박성민 시인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지난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각각 당선됐다.

시집 ‘쌍봉낙타의 꿈’ ‘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를 냈고 그동안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과 오늘의시조시인상, 조운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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