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43년 간 묻혀온 진실, 연극으로 만난다

입력 2023.05.22 14:16 이관우 기자
극단 푸른연극마을 5·18 추념공연
연극 '고백_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두 남자의 '서로 다른 80년 5월' 다뤄
올해는 계엄군 양심고백 내용 추가
24~28일 씨어터연바람
극단 푸른연극마을이 지난해 선보인 5·18 42주기 추념공연 '고백_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모습.

'잊을 수 없었던 그날을 고백한다.'

극단 푸른연극마을은 5·18민주화운동 진압 작전에 투입됐던 한 계엄군의 양심고백을 바탕으로 제작된 5·18 43주기 추념공연 '고백_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를 펼친다.

이번 공연은 동시대 젊은 청춘들이 80년 당시 청춘들의 꿈을 이어가면서 43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밝혀지지 않은 5·18의 진실을 규명하고 기억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80년 그날을 잊기 위해 몸부림치는 계엄군 출신 남자와 사라져버린 사람들을 기다리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남자의 고통스러운 고백을 담고 있으며,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이경남 목사의 인터뷰 '어느 진압군의 고백'에서 영감을 받았다.

특히 올해는 5·18 당시 계엄군이었던 한 인사가 최근 선언한 양심고백 내용이 추가·보완돼 눈길을 끈다.

"대검으로 시민을 찔렀다" 등 증언을 바탕으로 43년 간 묻혀온 진실을 낱낱이 파헤쳐 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극단 푸른연극마을이 지난해 선보인 5·18 42주기 추념공연 '고백_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모습.

공연은 기본적으로 이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위한 진혼 (鎭魂)극 성격을 띈다.

계엄군이었던 아버지와 그 딸의 이야기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서사 구조를 갖췄다.

이야기는 80년 5월 서로 다른 과거를 안고 사는 이정하와 강만호, 이들의 고백을 이끌어내는 청년 이영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전사로 입대해 시위진압에 나선 이정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적 폭행을 가한다. 그는 세월이 흘러 중소기업 사장이 돼 가정을 꾸리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던 중 딸 이정하로 인해 잊고 싶었던 그날의 기억을 소환하게 되는데…

계엄군으로 착출된 이정하 역에는 부산극단 시나위의 대표이자 40년 연기 베테랑인 배우 박상규가 열연한다.

광주 시민으로 5·18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만호반점 주인 강만호 역은 푸른연극마을의 연출가이자 작가인 오성완 배우가 40년 세월을 겪어낸 정서를 펼쳐보인다.

용서와 화해를 이끌어 내는 계엄군의 딸 이영은 역은 오새희 배우가 맡았다.

음악감독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박수지씨가 맡아 각 인물의 테마곡을 작곡, 장면별로 서사의 연결고리를 감성적으로 이어준다.

연출은 30년 연기 베테랑인인 이당금 배우가 담당한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이끌어내고 장면의 서사를 오버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5·18의 서사적 구조를 연극적 짜임새로 구성했다.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입장료는 3만원. 조기예매할인 정보는 씨어터연바람 네이버 블로그를 참조하면 된다.

공연은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씨어터연바람서. 시간대는 수~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이다.

이당금 연출은 "한 해가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지고 오월 당사자와 가족들은 고통과 죽음 앞에서 여전히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며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진심어린 사죄의 말 한마디와 명예회복이다. 푸른연극마을은 진실규명이 되는 그날까지 진심을 다해 무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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