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그림 그리고 글에 부친 사부곡

입력 2023.06.02 15:52 김혜진 기자
김혁종 박사 서거 1주기 추모전 8~22일 광주대 호심미술관
부인 송숙남 작가, 회한 등 담아
지난 1년간 작업한 작품·글 등
유학시절 주고받은 편지 '눈길'
오는 9일 첫 기일 추도식 거행
송숙남 작 '칼바람 꽃'

'좌우로 머리를 돌리게 했던 일 년, 길을 잃어 길을 찾는다. 사랑이 앞서 갔기에 빛과 그림자도 헤아리기 어렵다. 마주할 수 없는 그를 가슴에 품으며 더듬더듬 일 년 질주를 마치고 보니 늠름한 후원자였던 그 사람이 저편에 웃고 서 있다. 이제야 다감한 강물이 흐른다'

광주대 김혁종 전 총장 서거 1주기를 추모하는 전시 '맞아요 블루'가 8일부터 22일까지 광주대 호심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 전 총장의 부인이자 광주대 교수인 송숙남 작가의 15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송 작가가 김 전 총장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그와 함께 했던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송숙남 작 '가슴 속의 불꽃'

전시는 회화와 주얼리, 사진 40여점으로 채워진다. 여기에는 40년간 동반자로 살아온 송 작가가 부군을 향한 그리움과 회한으로 지난 1년 동안 쓴 글, 유학시절 함께 주고 받았던 편지, 김 전 총장의 활동 사진 등도 함께 한다.

작품 중 'my wife'는 이번 전시에 담긴 송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이 작품은 송 작가의 작업물이 아닌 김 전 총장의 그림이다. 1982년 유학으로 긴 시간 떨어져 있던 시절의 그림으로 그리운 마음을 담았다. 전공자가 아니기에 이 그림은 다소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 시절 두 사람의 애틋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전략)내 비록 그림에 문외한이라 해도, 우리 숙남의 얼굴 만은 세상에서 제일 잘 그릴 자신이 있는데… 이 그림은 그대로가 좋으니 나중에라도 다시 그린다거나 손질하지 말기를. 내 마음이 담겨 있고 나의 절실한 사랑이 담겨져 있으니'

그의 편지 속 당부대로 원본 그대로 보관됐던 이 그림은 40여년이 지난 후에야 화답을 받게 된다. 먼저 떠나보낸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의 얼굴을 단순화한 '소(웃음 소)'가 그 답이다. 갈필로 그렸지만 생전 그의 인상과 인품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 대부분도 김 전 총장을 떠나보내고 지난해와 올해 작업한 근작들이다. 그래서일까. 작품에서는 회한, 그리움, 혼란 등 다양한 감정의 파고가 느껴진다.

송 작가는 지난 1년을, 이번 추모전을 이처럼 이야기한다.

송숙남 작 '파랑새'

'2022년 2023년은 산신 호랑이와 달 속의 토끼처럼 무겁고 가벼웠다. 떠오르는 상념들을 바로 아로새기지 않으면 모두 증발해버릴 것 같아 허둥대며 삶과 죽음 사이 어디를 날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파랑새를 쫓아 글로 그림으로 넘나들었다 (중략) 참으로 이상한 일 년을 보내고 이제는 분화된 감상에서 벗어나려 한 이 전시가 용감했다면 상실과 아픔의 이면이 원천이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도 하고'

전시와 함께 김 전 총장의 첫 기일을 추모하는 추도식도 거행된다. 9일 오전 10시30분 진월동 선영에서 열리며 추도식 이후 추모전 관람도 갖는다.

한편 이번 전시는 내달 18일부터 31일까지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도 선보인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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