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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30년에 굵직한 전시까지 '북적북적'

입력 2024.12.22 17:14 김혜진 기자
[2024 문화계 결산 ①미술]
비엔날레 새 전시관 논란부터
창설 30주년까지 주요 이슈로
'최대 규모' 국가관, 과제 남겨
기관장 공정 선임 촉구 움직임
주요 미술상 분기점 맞아 눈길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는 스타 큐레이터이자 이론가인 니콜라부리오가 활약했다.

올 한해 시끌벅적했던 지역 분위기 속 지역 문화계 또한 다양한 행보로 또다른 분기점을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광주와 전남 문화예술계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 총 5회에 걸쳐 정리해본다.

올해 지역 미술계는 광주비엔날레로 시작해 광주비엔날레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 신축 전시관 설계에 대한 의혹과 잡음으로 시작해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관련 행사에 이어 전시를 개최하는 등 광주비엔날레에 올해는 눈코 뜰새 없는 해였다.

지난 2월 원로 작가 등 지역 작가 70여명은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설계 재공모'를 촉구했다. 이들은 예술성 뿐만 아니라 참신성과 실험성이 부족한 특색 없는 건축물을 비판하며 "광주미술인들과 문화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세계 유명 건축가에 의한 지명 공모를 통해 건축물 자체가 광주의 랜드마크이자 세계적 문화명소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재천명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광주시는 예산의 어려움, 설계 재선정의 법률적 문제, 예비타당성 재조사로 인한 사업 무산 위험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향후 공공조형물 등을 통한 상징성 확보, 브랜딩을 약속하기도 했다.

현재 신축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2027년 완성될 예정이다. 1천181억원을 투입해 중외공원 내에 연면적 2만3500㎡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다.

광주비엔날레 신축 전시관 설계 공모 당선작

4월에는 이탈리아 베니스 일 지아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에서 창설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마당: 우리가 되는 곳'이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동안 열리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로 그동안 축적한 소장품, 자료 등이 전시돼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30주년을 맞이한 전시 또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타 큐레이터이자 이론가인 니콜라 부리오를 예술감독으로 임명, 1980년대와 1990년대 출생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동시대 이야기를 담아내 신선하다는 평을 얻었다. 본 전시를 용봉동 본 전시장 뿐만 아니라 양림동으로까지 확대해 관람객의 발걸음을 도심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올 전시는 종합 관람 만족도 81.7%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큐레이터 코스도 6년 만에 재개돼 세계 큐레이터들이 광주를 미술 교육 현장으로 삼고 찾아들기도 했다.

30주년인만큼 과제도 곳곳서 발견됐다. 창설 이후 몇 해 동안 총감독제의 임기에 따라 전시팀이 오고 떠남을 반복한 탓에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아카이브가 아쉬움을 남겼다. 지금이라도 체계적 아카이브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썩 풍성하지 못하다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로 꼽힌다.

파빌리온(국가관) 운영도 다시 한 번 돌아봐야할 시점이다. 올해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31개가 도심 곳곳에서 운영됐다. 도심 곳곳을 현대미술축제장으로 만든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양'에 집중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베니스비엔날레는 60여개의 국가관이 운영되고 있으나 자르디니 공원 한 곳에 집중돼 있어 관람 동선이 크게 어렵지 않다. 반면 광주비엔날레는 30여개의 파빌리온이 도심 곳곳에 산개해 있어 관람 시도 조차 못한 관람객도 상당수라 전해진다. 또 파빌리온의 양에 집중하다 보니 각 전시마다 완성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아쉽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국가관 전시를 오픈하지 못한 이스라엘의 파빌리온 참여(CDA홀론 파빌리온)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파빌리온은 본 전시와는 별개로 펼쳐지지만 전시 의미, 완성도 등을 고려해 양 보다는 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미술기관 중에서도 파빌리온을 기회로 타 국가와 계속해서 교류를 이어오는 한편 이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는 곳도 있어 이같은 긍정적 사례가 계속해서 이어지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창설 30주년을 맞이한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광주비엔날레로 떠들썩한 해였으나 작가들을 중심으로 지역 미술계 발전을 위한 행보도 눈에 띄는 한 해였다.

지난 19일 지역 작가 6인이 지역 예술기관 기관장의 투명한 임명을 촉구하는 서명을 광주광역시 시장과 시의회 의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서명을 통해 곧 임기를 마치는 광주시립미술관 관장과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선임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 임기는 내년 1월 19일까지,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임기는 오는 31일까지이다.

이들은 서명에서 투명한 인사 과정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전문성을 가진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특히 두 기관장은 지역미술계 발전을 도모하고 국제적 안목을 가진 인물이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서명에는 300여명의 지역 미술 인사들이 참여, 뜻을 함께 했다.

서명을 주도한 작가들은 두 기관 대표 선임에 있어 논란이 불거질 경우 선임 과정과 관련한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설 방침이다.

지역의 굵직한 미술상들은 또다른 분기점을 맞았다.

메세나 정신을 상징하는 하정웅 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의 뜻에 따라 청년 작가들을 발굴, 육성하는 하정웅 청년작가초대전은 올해부터 ㈔광주미술관회와 공동주최, 참여 작가에 1인당 5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지역 원로, 중견 작가들이 십시일반 재원을 모아 지역에서 묵묵히 작업을 펼치고 있는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광주미술상은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다. 이들은 이를 기념해 그동안의 수상자들과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선배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념전을 지난 18일 개최하기도 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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