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고통과 희망'···청색조에 담긴 '아버지의 바다'

입력 2025.06.24 14:37 김만선 기자
[김혜선 첫 광주전 7월19일까지 은암미술관]
남해 풍경 바탕 ‘고향가는 길’ 주제
전라도 색 고민…‘다크블루’ 떠올라
질곡 현대사 상처와 치유 형상화
큰 나이프 활용 두꺼운 질감 특징
유년시절 사진 바탕 ‘나의 바다’도
김혜선 작가가 은암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 '드뷔시의 달빛을 들으며 아버지의 바다를 거닐었다'를 설명하고 있다.

'고향'은 단순히 물리적인 지역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향은 정서적인 안식처이자 정체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기에 고단하고 힘겨운 삶 속에서 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은암미술관의 초대로 25일부터 오는 7월19일까지 개인전을 갖는 김혜선 서양화가의 전시 주제는 '고향 가는 길'이다.

광주에서 태어나 고교시절까지 학창시절을 보낸 작가는 인천에서 30여 년간 교직에 몸담으면서 꾸준히 창작활동을 펼쳐왔다.

작가는 "광주 미술단체 '에뽀끄'와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어 틈틈이 교류를 해왔다"면서 "꼭 고향에서 전시회를 갖고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소망을 이루게 돼서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작가의 고향은 바다로 드러난다. 내륙 지역인 광주 출신이면서 바다를 캔버스에 담은 까닭은 강진에 계신 조부님의 영향이 크다. 부모님과 함께 강진을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남도의 바다를 접했고 이는 작품의 주요 바탕이 됐다.

고향이 물리적인 의미에 한정되지 않은 것처럼 작가의 바다도 단순히 외형적인 요소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작가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작품은 경험과 상상, 기억 등을 통해 만들어진 기호화된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현상의 재현을 벗어난 '심상(心象)의 바다'인 셈이다.

그는 자신의 바다 특징을 '색'과 '질감'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전라도의 색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했을 때 다크블루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블루라는 색은 한과 아픔을 뜻하지만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장주지몽(莊周之夢)-BLUE 1'

전시된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바다는 작가의 말처럼 어두운 청색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때론 격정적으로 휘몰아치고 때론 용솟음치면서 무엇인가를 울부짖는 듯한 바다는 질곡의 현대사의 가운데서 남도가 가져야 했던 아픔과 상흔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두꺼운 질감은 작가의 아버지 세대들이 겪은 수많은 억압과 고통의 반증이다. 그는 오랫동안 크고 두꺼운 나이프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다. 농도가 다른 유화물감을 캔버스에 뿌리고 덩어리로 찍은 후 나이프로 밀고 당기고 때론 지워가면서 우리 아버지들 가슴에 쌓인 한과 슬픔을 파도의 형상으로 치환했다. 나이프의 가로질은 거대한 파도를 연상시키면서도 그 결에 따라 드넓게 펼쳐진 사막이나 빙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의 바다-기억의 파편들 2024-2'

전시회에서는 '아버지의 바다'와 함께 '나의 바다'도 엿볼 수 있다. 작가 자신의 유년시절이 담긴 사진을 출력해 드로잉한 후 정체성을 다양한 색과 질감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홍익대 미술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회화과 졸업.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17차례의 개인전을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 인천문화재단, 광주시립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글·사진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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