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시공간·존재' 탐구···상처받은 삶을 위로하다

입력 2025.07.01 16:06 김만선 기자
[리일천 작가 드영미술관서 9월9일까지 사진전]
인위적 요소 배제 실제 모습 포착
직접적인 단어·기호화한 작품서
덜고 비워내며 함축적으로 변화
회화·합성 이미지 느낌 근작 눈길
평론·작가노트 등 담은 작품집도
"치유·힐링되는 작품 만들기 최선"
'Absence(부재)'.


리일천 사진작가가 주목하는 지점은 '시·공간의 세계'다. 작가는 우리가 시·공간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데 정작 그 '시간성'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 천착해왔다.

궁극적으로 시간이 없으면 공간도 없다. 시간은 움직임(삶)의 흔적이기도 하다. 작가는 우리가 '시간' 속에서 살면서 보다 긍정적인 마음과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인 언어로 형상화한다. "현재 힘들거나 고통 속에 있다고 해도 작품을 바라봄으로써 광대한 우주에서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고 치유와 힐링이 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드영미술관 1~3전시실에서 오는 9월 9일까지 열리는 'Phenomenon Space-Chaosmos of Healing'전은 작가가 그동안 탐구해 온 공간과 시간, 존재에 대한 응축된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리일천 사진작가가 자신의 작품 'Floating Time'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 다큐멘터리와 파인아트(Fine art)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12월 광주 송정작은미술관에서 열린 '광주미술인 기록사진전'은 20여 년간 60만여 점에 달한 방대한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출간해 '기록사진'의 방점을 찍은 행사였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가 현재까지 걸어온 '파인아트'의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다. 다큐멘터리에 치중된 이미지를 벗어나 그동안 균형을 잃지 않고 끈임없이 정진한 성과물을 내놓는다.

작가는 결코 사진에 인위적인 요소를 가미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찍되 어떻게든 자신이 시각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싶은 구성 요건을 찾아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Moment and Etemity'.

작가는 자신의 10여 년 전 작품에 대해 '친절한 설명'이 많았다고 자평한다. 사진에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다양한 기호들을 활용함으로써 관람객들이 바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다.

이후 작가의 작품은 훨씬 더 미니멀해졌다. 더 많이 덜어내고 비워내면서 시각은 물론 철학적으로도 함축된 표현기법을 구현한 것이다.

전시장 1층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근작들은 이전의 작품에 비해 훨씬 '불친절'해졌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불친절함 이면에 담긴 깊은 설명과 해석은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울림을 선사한다.

작품들은 마치 회화나 합성 이미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공간과 평면, 흐릿한 사물 등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서정적 감성과 문득 떠오르는 삶의 기억들을 자극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주류를 이루는 흑백은 우리의 내면세계와 관련이 깊다. 색이 들어가면 눈에 보이는 현상 넘어 본질을 바라볼 때 방해요소가 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Floating Time-Ⅵ'.

작가는 "블랙 앤 화이트는 우주 창조의 원리와 깊은 관계가 있고 밝음과 어둠은 낮과 밤을 의미하기에 우리 삶의 유전자 속에 각인이 돼 있는 요소"라며 "이 같은 내면과의 연결고리가 바탕이 돼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편안해하고 좋아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맞춰 작품집 'Phenomenon Space'도 선보였다. 작품집은 정인서 미술평론가의 평론, 작품 'PhenomenonSpace-시간의 응시 그리고 존재의 여백', 'Chaosmos-혼돈과 질서, 그리고 치유', 작가노트-현상공간, 작품 목록, 프로필 등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최대한 비워내면서도 울림은 더 큰 작품을 선보이고자 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일천 작가는 조선대 대학원 박사과정(시각디자인)을 졸업했으며 광주미협 수석부지회장, 한국사진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현상공간' 등 4권의 개인 사진작품집과 수차례의 개인전과 해외 교류전, 아트페어 등에 참여한 바 있다.

글·사진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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