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와 회화 결합 '부조 회화' 특징
기존 작업 세계 '몸짓'에 구상 강조
'또 하나의 존재 근거' 메시지 전달

광주 소암미술관이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서현호 작가를 초대해 가을 기획전 ' 여기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는'(11월6일~12월7일)을 갖는다.
서 작가는 평면 회화 뿐만 아니라 테라코타, 걸개그림, 스마트폰 그림, 조형 등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 작품으로 꾸준히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그는 그동안 '몸짓'이 갖는 원형질의 감각을 직감적으로 표현하며 주목을 끌었다. 자투리 캔버스 천 조각은 물론 농사에 쓰이고 버려진 스티로폼과 지관 등을 소재로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원초적인 몸짓으로 드러냈다. 각각의 '몸짓'들은 현대인의 내면적 갈등과 불안 등을 표현하면서도 모든 존재들이 인간 본성에 충실할 때 우리 공동체 역시 조화롭고 건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니체'라는 철학적 담론을 시각 예술로 풀어낸 회화와 부조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리움의 초상'을 부제로 한 이번 전시 역시 '부조' 형식을 취하면서도 회화적 표현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가 특유의 '부조 회화'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작가가 바라보는 '그리움'이란 '지금 여기'의 '부재'에서 비롯된 감정이다. 작가는 '그것은 지나간 일들에 대한 회상일 수도 있고, 아직 오지 않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갈망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리움은 늘 애틋하고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라고 작가노트에 적었다.

각각의 작품은 자신이 그동안 몰두해왔던 몸짓의 직감적 표현보다는 주제와 부제에 부합하게 보다 구상의 요소를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는 서로의 몸을 감싸며 원형 구조를 이루고 있는 '어디에도 없는, 누군가에게 있는'이다. 작가는 서로의 존재에 대한 연대와 감정의 연결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서로에게 잇대어 하나의 순환 고리를 이룬 몸은 시간의 흐름과 인연의 반복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존재를 잇는 힘으로 작동한다. 표현된 동작이 다소 역동적이면서도 고요히 눈을 감은 표정들은 현재의 부재 감정에 고통 받기보다는 오히려 우리를 깊은 내면의 사유로 이끌어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또 하나의 존재의 근거임을 나타낸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문화, 여행, 공연 등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