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여점 중 500점 추려 선봬
날마다 그린 드로잉 350점
내달 19일까지 열리는 1부에
오월·한국전쟁 등 담은 150점
5월까지 열리는 2부서 선봬
대표 원로 작품 데이터화 '의미'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스케치 작품 사이 거뭇한 돌이 놓여 있다. 원통 모양에 가운데가 살짝 들어가 작은 절구통 같기도 하고 모래시계 같기도 한 돌이다. 도자기를 구울 때 자기 굽 아래 놓이는 돌로 ‘팟돌’이라 불리는 것이다. 많은 불을 받고 오랜 시간 견뎌 온 이 돌을 강연균은 식탁에 두고 눈에 보일 때마다 그리고 또 그린다. 마치 미대 입시생이 석고모형을 보고 또 보며 그리는 것처럼.
그에게 ‘그리는 것’이란 일상이다. 매일매일 드로잉하는 그에게 ‘그리는 것’은 “이유 없이 그냥”하게 되는 것이다. 집과 작업실을 나서면서도 마카와 휴대용 팔레트, 색연필, 연필, 화첩을 담은 가방을 10년이 넘게 들고 다닌다. 그는 “앉은 곳이 화실”이라고 말한다.

매일을 습작하는 그이기에 지금까지 그가 남긴 작품, 드로잉은 5천 점이 넘는다. 일기처럼 남겨온 이 드로잉과 작품에는 형태에 대한 실험 뿐만 아니라 그의 감상과 시대에 대한 기록이 담겼다. 이 방대한 그의 기록을 한 자리에 모아 아카이빙함은 물론 그의 넓고 넓은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전시가 마련됐다. 장동에 자리한 예술공간집에서다.
19일 오픈한 이번 전시는 ‘강연균: 날마다의 궤적들’. 지난 2020년 예술공간집에서 개인전을 가진 이후로 약 6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자, 예술공간집이 지난 가을부터 강연균 화백의 집을 매일 같이 드나들며 그의 드로잉부터 회화 작품까지를 모으고 찾고 기록한 후 카테고리화하는 과정을 거쳐 선보이는 자리이다. 이때 기록한 작품만 해도 5천 점이 넘는다. 이 작업을 오랜 시간 펼쳤던 문희영 예술공간집 대표는 “강연균 화백의 몰랐던 세계를 보게 됐다”고 말한다.

문 대표는 “민중미술, 누드, 풍경 작품 이외의 세상의 모든 것을 이미지화한 강 화백의 작품들을 보며 아주 거대한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전시 또한 관람객들이 강 화백의 세계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5천 점이 넘는 작품 중 500점으로 추려 선보인다. 이중 350점은 1부 전시에서 선보이고, 150점은 2부 전시에서 공개한다. 1부는 강연균이 매일 그렸던 드로잉, 습작, 작품을 통해 그의 궤적을 보는 자리로 꾸려졌으며 2부는 5·18 주간을 전후로 개최해 ‘하늘과 땅 사이’ 연작 습작과 관련 스케치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열리고 있는 1부는 ‘고향과 가족’ ‘꽃과 정물’ ‘形’ ‘인간’ 등 11개 카테고리로 그의 드로잉을 묶어 선보인다. 세월호, 팬데믹부터 아름다운 꽃과 시간을 품고 있는 큰나무까지 다양한 존재들을 담아온 그의 드로잉을 만날 수 있는 것. 매일매일 무언가를 담아낸다는 것에는 존재·상황에 대한 조용한 응시와 그것을 사유하는 과정이 담긴 일임을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2부는 한국의 현대사를 지나온 그가 화면을 통해 증언하는 시대를 만날 수 있다. 5·18 당시에 대한 기억을 담아낸 ‘하늘과 땅 사이’ 연작에 대한 다수의 드로잉과 80년 5월 관련 미발표 작품 등이 공개되며, 한국전쟁과 일제강점기 등에 대한 기억을 화면에 풀어놓은 작품도 전시된다. 예술가가 역사적 비극을 어떻게 마주하고 이를 기록하는지를 만날 수 있는 전시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전시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지역 원로 작가에 대한 기록을 구축하고 이를 데이터화했다는데 있다. 한국 화단에서 자주 거론되는 작가들이 1930~1940년대 생임에도 우리 지역 작가들에 대한 기록, 연구가 부족해 지역 외에서 조명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 대표는 “강연균 화백은 지역 원로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에 대한 기록은 아직까지 부족한 현실이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우리 지역 원로 작가들에 대한 연구, 기록이 활발해지고 또 재조명되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연균 화백은 “이번 전시를 통해 나도 오랜만에 보는 내 그림들이 있는데 보고 있노라면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다시 든다”며 “스케치북에서 스러져가던 내 그림을 다시 꺼내어 보여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1부 전시는 내달 19일까지, 2부 전시는 내달 24일부터 5월 24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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