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지중해 품은 나라, 흐르는 물따라 만난다

입력 2023.04.26 15:49 김혜진 기자
파빌리온을 만나다 ③이탈리아
감성·이성 모두 어루만져
이해도 높이는 쉬운 설명
지역 특성 녹여내 '친근감'
마르코 바로티 작 'CLAMS'

파빌리온을 만나다 ③이탈리아

전시관으로 들어서자마자 '딱딱'거리는 리듬감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소리는 조개들이 입을 벌렸다 닫았다하는 소리로 100여개의 조개들은 영산강의 수질 데이터를 악보 삼는다.

유발 아티발 작 'Foreign Bodies'

광산구 운수동 동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 파빌리온에 설치된 작품 'CLAMS'다. 이번 이탈리아 파빌리온 '잠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는 5명의 작가들이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난 작품을 선보인다. 대부분 광주와 한국 내의 환경을 배경으로 만들어져 친근감을 더하고 시각적으로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품도 이해하기 좋다. 어렵다면 작품 설명을 보면 된다. 작품 설명 대부분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된 것이 장점이다. 생태적 메시지가 많다보니 아이와 함께 와서 즐기기도 좋다.

입구에 설치된 'CLAMS'는 이탈리아관의 장점을 모두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조개는 자연에서 여과기 역할을 하는데 이에 초점을 맞춰 로봇조개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수질 계측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리를 만드는 작품으로 이번 작품은 광주의 젖줄인 영산강의 수질 데이터가 소리를 만들어낸다.

파비오 론카토 작 '팔로우 미(Follow Me)'

우리 지역 공예가들과 협력해 만든 옹기 항아리 작품 또한 메시지가 뚜렷하다. 본 전시 주제와 맞닿기도 한 이 작품은 약해보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끈덕진 흐름으로 결국 항아리를 침식시키는 물의 힘과 그로부터 오는 진화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실제 이 옹기들은 제작한 이후 용추폭포 등 광주, 전남의 강가나 폭포에서 물의 흐름을 견딘 후 비로소 완성됐다.

이러한 물의 속성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속 민중의 약해보이지만 견고하고 끊기지 않는 싸움의 힘을 은유한다. 옹기가 9개인 까닭도 1980년 5월 9일간의 항쟁을 기리기 위함이다.

아그네스 퀘스천마크 작 'Draco Piscis'

하얀 석고조각에 나무가지, 가리비 껍데기, 알루미늄이나 유리 조각 등이 붙어 하나의 몸체를 이루는 작품과 커다란 자연 속 벌거벗은 인간의 움직임을 담아낸 작품, 용 같기도 생선 같기도 한 설치작품은 생소한 풍경을 만들어내며 결국 인간도 결국 자연과 하나라는, 모든 생태계의 생존을 위해서는 공존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카밀라 알베르티 작 'Learning in Disbinding'

발렌티나 부찌 아트디렉터는 "이번 이탈리아 파빌리온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선보이는 형식의 전시로 우리 이탈리아의 예술적 영역을 맛볼 수 있다"며 "이번 파빌리온은 현학적이기 보다 시적이고 암시적 방식을 통해 관람객들의 이성과 감성 모두를 어루만질 것으로 기대한다. 관람객들이 무한한 영감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파빌리온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7월9일까지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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