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대나무 숲에서 떠나는 중국 시간 여행

입력 2023.05.10 16:13 김혜진 기자
파빌리온을 만나다 ⑤중국관
中 전통적 심상 중심으로
중국화부터 현대미술 망라
대숲 연상 공간 디자인 '눈길'
은암미술관에 펼쳐진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중국 파빌리온 모습. 작품은 장톈이의 '인죽'(앞)과 한진펑의 '죽어'

파빌리온을 만나다 ⑤중국관

예술과 젊음이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구도심. 이 가운데 자리한 공간에 대숲이 펼쳐졌다. 공간의 어둠은 번잡한 도심의 소리를 잊게 한다. 대숲의 움직임에, 수많은 대나무 속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동구 대의동 은암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중국관은 대나무를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중국 정신에 큰 영향을 준 대나무를 주제로 현재 중국 미술은 대나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대나무 정신을 계승해오고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전통적 회화부터 현대 중국의 미술세계까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인 셈.

은암미술관에 펼쳐진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중국 파빌리온 모습. 작품은 마펑후이의 '망죽'

미술관 1층은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대나무 숲에 들어온 듯 초록색 기다란 천이 천장에서부터 늘어뜨려져 있다. 예부터 대나무에 중국인들이 품은 존경과 찬양, 경외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마펑후이의 '망죽'이 그렇다. 치훙옌의 스테인리스 조각품인 '설죽' 또한 폭설 속 대나무를 통해 강직함과 상서로운 분위기를 전한다.

천 사이사이로는 현대 중국인의 모습을 대나무와 함께 담아낸 류칭의 스테인리스 조각 '도시죽영'이 보일 듯 말 듯 설치돼 대나무를 타임머신 삼아 시대를 가로지른다.

은암미술관에 펼쳐진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중국 파빌리온 모습. 작품은 우딩위의 '산수가유-풍죽'.신비로운 대숲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대나무를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공예품과 같은 대형 설치작품 한진펑의 '죽어'와 장톈이의 '인죽'은 대나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둥스위안의 '몽죽'은 백남준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비디오 아트 작품으로 정적 속에서 고독을 바라보도록한다. 벽을 넘어 들어서면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대형 설치 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포토존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작품은 우딩위의 '산수가유-풍죽'으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자아낸다. 천쥔의 '풍요묵죽억소상'은 이 작품과 마주보며 담백해보이지만 전통회화만이 있는 힘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은암미술관에 펼쳐진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중국 파빌리온 모습. 작품은 둥스위안의 '몽죽'

이번 중국 파빌리온을 기획한 우웨이산 중국미술관 관장은 "대나무라는 중국 전통문화의 중요한 심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대나무 정신에 대한 현대 중국 예술가의 이해와 전환을 보여주려한다"며 "중국화와 조각 등 전통 미술 장르부터 영상과 같은 다매체 작품까지 다양한데 전통 이미지의 운치를 전통 예술 언어의 계승과 확장을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중국 파빌리온 '죽의심원'은 7월9일까지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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