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한 동식물 등장시키며
전시장 최전방의 전쟁터로
지난달 기후 범죄 모의재판

파빌리온을 만나다 ⑥네덜란드관
모래 주머니로 쌓은 벽 그 사이로 난 길을 지나니 전쟁터를 지나는 분위기가 엄습한다. 모래주머니들이 마치 참호를 연상케하는 탓이다. 참호 안으로는 기름통들이 쌓여있고 각목과 철조망은 참호를 지키듯 서있다. 이 참호 안에는 멸종된 동식물들의 모습이 함께 한다.
시립미술관 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네덜란드 파빌리온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 전쟁'의 모습이다.
네덜란드관은 이번 파빌리온에서 전시와 기후 범죄에 대한 모의 재판을 갖는다.
전시 경우 '세대간 기후범죄법'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한 동지들' '멸종에 저항하는 동지들' 등 4개 테마로 구성했다. 앞서 설명한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전시는 첫 번째 테마인 '세대간 기후범죄법'으로 상상의 세계 속 존재하는 대안적 법을 소개한다. 한 세대가 가진 독점적 권리를 부정하고 여러 세대에 걸친 재생의 틀을 제안하는 법이다.

두번째 테마는 모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이다. 이 법정 또한 모래주머니와 철조망, 기름통 등으로 이뤄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법정과는 다르다. 이 법정에서는 지난달 7~9일 사흘에 걸쳐 모의 재판이 열렸다.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새만금 지역 환경 훼손, 한화그룹을 상대로 한 무기 거래가 사회와 생태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 두산 그룹과 포스코를 상대로 한반도와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함으로써 야기된 환경적 문제에 대해 증거를 제시했다.
이 모의 법정은 기후 문제에 대한 잘잘못을 정부나 대기업을 상대로 묻는다는 것 자체로 신선함을 주고 더불어 이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 했다.

이어지는 '멸종한 동지들'과 '멸종에 저항하는 동지들'은 설치작품과 함께 영상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동안 인류가 동식물을 함께 하는 존재가 아닌 소유하는 존재, 발견하는 존재로만 인식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이같은 폭력적 인간의 행태에 저항하는 드수자와 스탈이 세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협력한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인만큼 전시 연계 교육프로그램 '미래 그리기 트레이닝-전쟁과 기후위기 없는 세상'도 25~26일 펼쳐진다. 오후 1시 30분 전시장 내에서 이뤄지는 이번 프로그램은 참여적이고 포괄적이며 역동적인 워크숍으로 꾸려진다. '전쟁과 평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전쟁과 기후위기는 어떻게 연결될까' '미래 그리기:전쟁/기후 위기 없는 세상이 되었다!' 등을 주제로 그룹별 참여활동이 진행된다. 그룹별 참여 활동은 발표와 소그룹·전체토론, 역할극, 게임, 멀티미디어 활용, 연습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이뤄지게 된다.
이번 교육프로그램 참여는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1회당 선착순 30명까지.
한편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네덜란드 파빌리온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멸종전쟁'은 7월30일까지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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