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드론이 포착한 알프스 구조물···어떤 이야기할까

입력 2023.05.31 10:30 김혜진 기자
파빌리온을 만나다 ⑧스위스관
독특한 건축물 전시장으로 활용
지나친 이미지 의존한 공간 인식
사진 통해 살펴 보고 의문 던져
양림동 이이남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스위스 파빌리온 'Spaceless' 모습.

파빌리온을 만나다 ⑧스위스관

양림동 호남신학대 기숙사로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길엔 눈길을 사로 잡는 건축물이 있다. 오랜 시간 쓰임을 잃고 비워진 약품 창고를 리모델링해 만든 이이남 스튜디오다. 카페로, 전시장으로, 작가 작업실로 쓰이는 이 공간은 과감한 리모델링을 통해 '핫플레이스'로의 존재감을 얻게 됐다.

전시 공간의 천창과 두 개 층을 관통하는 나선형 계단, 뚫려있는 천장과 사방 벽은 바깥의 빛을 들여온다. 카페를 찾은 손님도, 전시를 보기 위해 발걸음한 관람객도 새로운 건축적 경험을 하게 되는 곳이다.

양림동 이이남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스위스 파빌리온 'Spaceless' 모습.

색다른 공간 요소가 돋보이는 이곳에서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스위스 파빌리온 'Spaceless'가 진행 중이다. 이 전시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실험하거나 공간을 인지하는 우리의 인식 체계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이같은 기획 의도는 플로리안 아모저의 'Aporetic Spectacle'에 잘 드러난다. 이 작품은 스위스 유라 산맥과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는 터널 도로의 환기구들을 담아낸 것으로 드론과 컴퓨터보조카메라로 반복 촬영했다. 같은 GPS좌표를 따라 12회의 촬영을 반복했는데 매번 다른 이미지를 보인다.

양림동 이이남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스위스 파빌리온 'Spaceless' 모습.

이처럼 이 전시는 이미지 폭주 시대에 들어 자주 혹은 항상 주변 세계를 이미지에 의존해 인식하기 시작한 우리들의 인식 체계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알렉산드라 도텔의 'May You Continue to Blossom'은 동화 속 건축물처럼 보이는 공간을 담아냈다. 가상의 이미지인지 착각이 들기도 하는 이 작품은 자칭 유토피아로 불리는 마을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것이 진정 유토피아인지 아니면 디스토피아인지 아름다운 공간 단면에서는 알 수 없는 이면의 이야기를 담는다.

양림동 이이남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스위스 파빌리온 'Spaceless' 모습.

요네스 클로슈의 'Peripherique'는 파리의 메트로폴리스 건설 프로젝트 모습을 담았다. 차량 행렬의 불빛과 함께 포착된 복잡한 공사현장은 도시의 분주함을 보여주는 듯도 하고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듯도 하지만 메트로폴리스 프로젝트의 또다른 목적을 드러낸다.

이밖에도 도시 정비로 건축물의 폭력적 소멸과 생성이 반복되는 우리나라 여느 도시의 모습, 가상의 공간 등 다양한 이야기가 사진을 통해 공유된다.

양림동 이이남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스위스 파빌리온 'Spaceless' 모습.

전시 연계 학술심포지엄도 주한 스위스대사관에서 열린다. 내달 2일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은 '디지털 전환과 사진의 쟁점들'을 주제로 펼쳐진다.

사진이란 매체와 공간 인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번 스위스 파빌리온은 7월9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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