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메가이벤트 속 돋보이는 예술축제로
'K-컬쳐' 자원으로의 수묵 가능성 확인
미래세대 발언, '대학'·'어린이' 수묵제 주목
수묵패션쇼·콘서트, MZ세대 소통 눈길
국제적 층위 수묵 논의 장으로 확장해가야
'호남은행' 등 시간이 깃든 전시장 의미 커
국제레지던시는 운영방안 활성화 필요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두 달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31일 폐막했다.
목포와 진도 등 6곳의 주전시장과 순천·광양·해남 특별전, 14개 시·군 18개 전시장 등 전남 전역에서 전개된 수묵비엔날레는 전남의 가을 예술축제로서의 면면을 아낌없이 자랑했다.
올 전남수묵비엔날레는 전시의 전문성을 담보해가며 '공간의 다양성' '미래세대와의 교감' '공연·패션으로의 장르 확장' 등 다변화를 모색하며 독자성을 갖춘 축제 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전시공간을 전남 전역의 문화공간으로 확장함로써 전남 곳곳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다줬다.
전시장을 한정된 특정 공간에 가두지 않고 전남 전역을 아울러 수묵비엔날레를 160만 전남도민들의 축제로 기능하게 했다. 지역민들이 굳이 주 전시장을 찾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고향에서 비엔날레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수천년 수묵 향을 품에 안고 전남의 천혜의 풍광을 함께 음미해보는 광활한 시간을 누리도록, 예술축제의 면면을 아낌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국수묵, 남종화의 상징공간인 '운림산방', 목포문화예술회관, 노적봉미술관 등 진도와 목포의 이름 난 공간뿐 아니라 역사와 전통 민족혼이 어려 있는 '호남은행', 해남대흥사 호국대전 등 시간이 깃든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관객에게 색다른 만남을 선사했다.
대학 수묵제, 어린이 수묵제는 올 수묵비엔날레 숨은 진주로 꼽힌다.
두 섹션은 수묵을 매개로 미래세대와 호흡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향후 운영의 묘에 따라 가능성과 확장성에서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나 수묵은 말할 것도 없고 전통회화가 설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에서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수묵제는 그 자체로 작은 숨결을 불어넣어줄 것이란 기대다. 수묵의 현대적 변용이나 전통에의 천착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어린이 수묵제는 전통 수묵을 매개로한 유년시절의 향령릏 아이들에게 선사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선물이다.
또 수묵패션쇼와 전남 운림산방 일원의 풍광을 반주 삼은 수묵공연은 수묵비엔날레의 또 다른 이벤트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K-컬쳐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시점에 수묵비엔날레서 전개되는 수묵패션쇼는 전통과 현대의 변용, 전통에 대한 탐구 등 다양한 면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축제, 문화상품으로서의 비전을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수묵비엔날레는 '물 드는 산, 멈춰선 물-숭고한 조화 속에서'를 주제로 19개국 190여 명의 3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총 4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지난 2018년 첫 개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데 따른 문화예술과 여가에 대한 갈증, 작품이 관람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기대 이상 많은 방문객들이 다녀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국체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비롯해 전남도의 메가 이벤트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2% 아쉬운 점들도 눈에 띈다.
전남전역을 전시공간화하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구한말 호남은행 목포지점' (목포 대중음악당) 같은 지역민들의 숨결이 깃든 공간들을 보다 전시장으로 확장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또 해외를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주목할 만한 수묵 작가 들이 지금껏 수묵비엔날레에 초대받지 못한 점도 아쉬움이 크다. 전통과 현대의 변용이라는 점에서 다양성, 독자성 구축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하는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유일의 수묵비엔날레인 만큼 '전남수묵비엔날레에서 세계적 층위의 수묵의 진수를 볼 수 있다'는 흐름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시가 갖는 품격과 깊이가 담보될 때 앞서의 다양한 시도와 의미들이 경쟁력,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또 보름 정도 체류하며 작품을 제작해 선보이는 국제레지던시도 운영 기간과 작가 공모 방식 등을 개선해 국제적 이슈로 만드는 작업도 병행돼야하겠다.
악마의 디테일을 다듬어갈 때라야 조선 중기 사대부집안의 최초의 화실 '운림산방', 조선조 최초의 자화상과 풍속화의 선구자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공재 윤두서의 면면을 이어간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은영 전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전남수묵비엔날레는 비엔날레로서, 지역 예술축제로서의 가능성을 지닌 주목할만한 축제"라며 "수묵비엔날레가 K-컬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국제행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민과 관객의 관심과 호응에 부응해가겠다"고 말했다.
조덕진기자 mdeung@mdilbo.com·류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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