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무등일보 창간특집] 미술 담론으로 펼쳐낸 격랑과 환희의 30년 파노라마

입력 2024.10.09 16:04 김혜진 기자
[광주비엔날레, 30년]
<1>톺아보기
94년 창설…80년 아픔 예술로
다양한 실험·파격 메시지 '주목'
05년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출범
20주년 특별전서는 검열 논란도
교류 확장 위한 파빌리온전 도입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2024년 광주비엔날레는 창설 30주년을 맞이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광주비엔날레는 어떻게 흘러왔고 또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광주비엔날레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의미 있는 지점을 재조명하고, 보다 세계적 메가 미술 이벤트가 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점검한다.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모습. 무등산을 형상화한 광주비엔날레 옛 CI가 눈에 띈다.

◆가시밭길 연속인 시작부터 2010년까지

1994년 11월 광주비엔날레가 창설됐다. 80년 5월 아픔을 예술로 밝히고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었다. 야심차게 첫 발을 뗀 광주비엔날레는 당시 정부의 미온적 반응에 좌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다각도의 노력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첫 행사를 준비, 1995년 치렀다. 1997년 2회 행사 개최 이후 5·18민주화운동 20주년과 새천년 등의 의미를 담기 위해 3회 행사를 한 해 늦춰 2000년에 치른 후로는 격년으로 짝수해에 치러졌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2회까지는 광주시립미술관이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사무처를 총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다가 3회부터 시립미술관과 재단이 분리돼 행사를 치렀다. 특수사안이 수시로 튀어나오는 국제예술행사를 치르기에는 관의 운영체제 아래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점은 물론 국제예술행사에 필요한 전문성 등의 문제로 인한 '민영화 파동'이 일어나면서다. 이 과정에서 총감독이 해임되고 끝까지 목소리를 내던 재단 직원 6인은 재계약에서 배제되며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미술계가 시끌시끌해지기도 했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관람객들.

광주비엔날레는 첫 회부터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같은 주목을 경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주관을 위탁, 2005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시작했다. 5회까지 무사히 디자인비엔날레를 재단이 치렀으나 이후로 매년 국제 행사를 치르는 데 있어 업무가 과중해 두 행사에 대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음은 물론, 국제예술행사를 맡은 기관으로서 경제 유발 효과까지 챙기기란 쉽지 않아 6회부터는 광주디자인진흥원으로 주관처를 옮겼다.

3회부터 총감독제로 운영된 광주비엔날레는 7회 감독으로 외국인과 내국인을 공동감독에 2007년 선정했으나 내국인 감독이었던 신정아의 학력·이력 위조 사태가 벌어지며 재단은 감독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의심 받기도 했다.

광주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국제아트페어를 도입하기 위해 알맞은 시기를 살피다 2010년 국제 아트페어 개최를 결정했다. 앞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시는 국제적 예술행사의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광주비엔날레 재단으로 아트페어 첫 회 개최를 맡겼고, 재단은 8회 전시와 함께 아트페어 인큐베이팅을 떠안기도 했다.

신정아 파문을 딛고 일어선 제7회 광주비엔날레는 외국인 예술감독인 오쿠이 엔위저가 맡았다. 사상 첫 외국인 예술감독을 장식한 오쿠이는 파격적 형식의 전시를 만들었다. 오쿠이 엔위저는 지난 2019년 암투병 끝에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예상 외 난관 헤쳐나간 2011년~현재

2011년에는 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총감독이던 승효상 건축가의 제안으로 광주폴리가 태동했다. 승 감독의 제안은 1회성 전시에서 나아가 세계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을 도시 곳곳에 설치해 하나의 자산으로 만들자는 특별프로젝트였다. 이를 시작으로 2차부터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는 별도의 광주폴리 사업이 재단에서 추진됐고 최근 5차 폴리까지 마무리됐다.

2014년 10회 전시를 앞두고는 예술 검열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 전시될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사건이 그것이다. 10회 전시가 열리는 2014년 봄에는 세월호 사건이 벌어져 온 국민의 공분과 안타까움을 산 바 있는데 홍 작가가 이 아이들의 희생에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은유, 풍자한 것이 '세월 오월'이다. 작품 속 박 전 대통령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됐다. 이에 특별전 담당자와 광주시가 국비 지원에 제한을 받을까 염려해 해당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고 홍 작가는 고민 끝에 박 전 대통령 얼굴을 닭 대가리로 바꿨으나 시는 결국 전시 불허를 통보했다. 이후 작가가 자진철회 의사를 밝혀 이 작품이 빠진 채로 특별전이 진행됐지만 예술 작품에 대한 검열 논란이 불거지며 전국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해외 예술기관과의 교류와 협력 관계를 넓히기 위해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도입되기도 했다. 프랑스 팔레 드 도쿄와 핀란드 헬싱키 국제아티스트프로그램이 초기 파빌리온에 참여했으며 이후 외연을 확장해 지역 내 기관과의 교류로까지 확대됐다.

2020년 예정됐전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전세계에 급성호흡기감염병인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한해 연기해 2021년에 치러졌다. 사진은 전시장을 방역하고 있는 모습.

2000년 이후로 스무해 넘도록 '짝수해 개최'는 공식처럼 여겨졌으나 한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19년 말 급성호흡기전염병인 코로나19가 발생, 2020년 초부터 유행하면서 전세계가 국가 간의 이동은 물론 지역 간의 이동 또한 통제하면서다. 이에 2020년 예정됐던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한 해 미뤄 2021년에 치러졌다. 제14회 행사 또한 2년 후인 2023년에 열렸으나 제15회 행사는 '창설 30주년'의 의미 등을 고려해 다시 짝수해인 올해 치러졌다. 연달아 행사를 치르기 위해 14회를 준비하면서 15회 행사까지 준비하는 강행군이 펼쳐지기도 했다.

제10회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예술 창작의 검열 논란에 휩싸인 '세월오월'을 설명하고 있는 홍성담 작가.

해에도 또다른 이슈가 제기됐다. 지난해 연말께 발표한 새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둘러싼 논란이다. 전시관 노후화로 인해 현 전시관의 주차장 부지에 새로운 전시관을 만들어 2027년께까지 준공하겠다는 계획 아래 진행된 국제설계공모였으나 올해 1월, 지역 원로 작가들과 중견 작가들이 건축물의 참신성과 실험성이 부족하다며 세계적 건축가에 의한 설계가 재진행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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